"이언이 켈리를 찾지 못하면 어떻게 돼?"
"세상이 온통 무채색으로 변해."

만남, 이별
그리고 먼 훗날, 재회.

지극히도 예쁘고, 또 모진 이야기는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보는 이를 과거로 돌려보낸다.

차가운 현실,
위로, 그리고 안식처가 돼 주었던 둘.
하지만 사랑도 때가 있다고 한다.

우리가 조금만 더 나중에 만났더라면,
혹은 일찍,

물론 의미 없는 가정일 뿐이다.

그저 그렇게,
한 뼘 쯤 더 성장해 갈 뿐.

이 영화는 독특했다.
대개 무채색은 과거를 의미한다.
그러나 여기선 그 반대다.
이언이, 켈리를 놓쳐버렸기 때문에.

극의 말미, 이젠 그들은 다시 서로 함께할 순 없지만,
이제는 다짐한다.
각자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무채색이었던 현재에도
서서히 색이 입혀진다.

시종일관 마음을 톡톡 건드리던 이야기는,
그 말미에 가서,
감정을 완전히 터뜨려 낸다.
여운, 깊은 여운.
엔딩 크레딧까지,
그저
아...
멍하니 바라볼 뿐.



때때로 우리는
허리까지 잠긴 진흙탕 속에서도
결코 빠져나갈 생각을 하지 않기도 한다.
점점 더 깊게 잠겨
모두 삼켜질 때까지도.
그것은 진흙이 아닌 초콜릿이라 착각하며.

그런 우리를 구원해주는 건 대개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그, 혹은 그녀는 떠난다.
그것은 그들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날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우리를 위해서.
더 용기있는 자가
더 먹먹한 슬픔을 짊어지고 먼저 손을 놓는다.
그러고 나면 그제야
깨닫는다.
이곳은 초콜릿 속이 아닌,
진흙탕이었다고.

우리는 때론 그렇게
가장 소중한 것을 잃는 대가로
달라진 나를 선물 받는다.
달라진 삶을 선물 받는다.
하지만 공허한 마음은 쉬이 채워지지 않는다.

사실, 진부한 얘기다.
무수히 들어 보았던 얘기다.
하지만, 아니.
직접 떠나보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나도 그랬다.
그렇게 벌써 지구가 태양을 몇 바퀴나 돌았다.
하지만 나는,
아직 쉼표다.
여전히 무채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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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연애에 대한 남녀의 관점차이를 흥미롭게 다룬 영화다.

특히,

타인의 고민을 들어줄 때, 자신의 의견, 주장을 피력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의견에 공감해주고, 위로를 우선시하는

그러한 여자들의 특징을 각국의 모습들로 보여주는 장면은

너무나 재미있었다.

 

등장하는 커플들은 모두 다른 방식의 연애를 하고 있지만,

그들은 결국 모두

우리가 하고 있는 연애의 모습들을 그린다.

 

 

 

 

 

 

극중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인물이라면

역시 '닐(벤 애플렉)'.

그냥, 여자들에게 있어서 워너비 남성상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영화 말미의 바지 주머니 속 반지 씬은

그야말로 압권.

 

 

 

 

 

 

 

가장 공감을 담아 바라봤던 인물은

'알렉스(저스틴 롱)'.

오는 여자 막지 않고, 가는 여자 붙잡지 않는

늘 최소한의 거리를 두고 이성을 만나는 그.

그렇기 때문에 깊은, 진정한 사랑을 해 보지 못했던 남자다.

항상 연애는 정석대로 움직인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예외를 만나게 되고,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

뭐, 진정한 사랑인지 아닌지는

지나봐야 알겠지만서도.

 

 

 

 

 

우리네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관심있는 분야는 역시 남녀관계일 것이다.

나이가 많건 적건 관계없이.

때문에 무수히 탐구하고, 연구하여 알고자 한다.

이성의 행동에 대한 의미를.

 

그리하여 공식화 한다.

알렉스가 말했듯, 연애의 정석.

남자의 이러한 행동은 관심의 표현이다, 혹은 무관심의 표현이다.

 

어느 정도는 일리 있는 말이고,

상당한 경우에 잘 적용되리라 본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영화 말미에

사랑에 빠진 알렉스가 내뱉었던 대사

"넌 예외야."

 

그렇다. 늘 예외는 있다.

그리고 그러한 예외는

다양한 모습의 우리네 사랑처럼, 너무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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