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웃포스트(The Outpost, 2020)
전쟁, 드라마
2020. 09. 23 개봉
감독 : 로드 루리
출연 : 스콧 이스트우드, 케일럽 랜드리 존스, 올랜도 블룸
미국-아프가니스탄 간의 전쟁, 2009년 있었던 캄데쉬 전투를 다룬 영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군 조사단조차 '명백히 방어 불가능' 이라는 판정을 내린 전초기지를 끝까지 사수해 낸
미 육군 제 4보병사단 제 4여단전투단 제61기병연대 3대대 브라보 중대의 이야기이다.
사전 지식이 없을지라도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기지는 당연히 고지대에 구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휘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그들은 최악의 지형에 위치한 기지를 사수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군인이란 상부의 명령이 절대적인 조직인만큼 이성, 논리와 같은 부분은 뒤로 밀리는,
쉽게 말해 까라면 까야하는 구조인 탓이다.
신속하고, 혼선 없고, 조직적인 지휘체계는 전시에 무엇보다 중요한 까닭이나,
바로 그 지휘가 잘못된 것이었을 때 입는 피해란 실로 끔찍하다.
숫적 열세, 지형의 불리함, 제대로 된 지원과 보급조차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그들은 기적적으로 기지를 지켜내는데, 그 기저에는
진부한 말일지 모르지만,
용기와 희생,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있었다.
누구라도 두려움에 떨, 총알이 빗발치고 폭약이 터지는 상황에서
동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자초하여 한 발 앞서나가 몸을 사리지 않고 싸우는 용기,
내 한 몸 가누기도 버거울 상황에서 쓰러진 동료를 구하고자 쏟아지는 총알 사이를 내달리는 희생,
늦어지는 지원, 마침내 뚫린 방어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불가능해 보이는 작전을 수행하는 군인들.
늘 이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쟁 영화를 볼 때면, 과거 군 복무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야간에 발생한 실상황으로 인해 잠들려다 벌떡 일어나 초소에 투입되었던 때,
귓가에 울리는 북한군의 총소리,
늘 농담처럼 하던 얘기가 실제로 벌어지자, 어두운 밤, 피가 차가워지는 것 같던 기억.
고작 그 정도로도 아직까지도 기억될 감정인데,
만약 저 상황, 저 안에 내가 있었더라면 어떤 심정이었을까.
자연스레 그런 생각이 떠오르며 심장이 조여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들이 보여주는 용기가 새삼 놀랍다.
극의 후반부, 마침내 지원군이 도착했을 때,
옆에 앉아 있던 아저씨의 흐느끼는 목소리를 들었다. 아니, 거의 오열에 가까워 보였다.
어떤 사연이 있으셨을는지는 모르지만,
왠지 그 감정이 조금은 이해될 것 같았다.
이야기 자체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데다
연출도 현실감있게 다가왔다.
심지어 당시 전투에 참여했던 군인 중 한 명이 작중 본인 역으로 참여한 것은 퍽 놀라웠다.
여러모로 잘 만들어진, 그래서 보고 나면 왠지 모르게 가슴 한편이 조금 묵직해지는, 불편해지는 느낌이 드는
그런 영화였다.
끝으로, 엔딩 크레딧에서 당시 참전 군인 중 한 명이 인터뷰 중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전쟁터란, 지옥과 천국의 문이 함께 있는 곳이라고.
그들이 있는 장소는 그야말로 생지옥이지만,
그런 상황에서 보여주는 그들 간의 동료애, 형제애는 또한 그 곳이 천국과 다름없이 느끼게 해 준다는 말.
'감상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soulmate, 2017) (0) | 2021.01.02 |
---|---|
검객(The Swordsman, 2020) (0) | 2020.09.30 |
올드 가드(The Old Guard, 2020) (0) | 2020.09.20 |
테넷(Tenet, 2020) (0) | 2020.08.22 |
알라딘(Aladdin, 2019) (0) | 2019.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