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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C: 더 벙커(Take Point, 2018)
PMC: 더 벙커(Take Point, 2018)
액션 / 한국 / 124분 / 15세 관람가 / 2018. 12. 26 개봉
감독 김병우 / 출연 하정우, 이선균
** 본 관람평에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히 갈릴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는 분명히 동의하는 바이다. 그리고 나로서는 관람 전 숱하게 들은 혹평과 달리 올해 정말 오랜만에 만나 보는 수작이라 느껴졌다.
더 테러 라이브에서도 검증된 꽉 찬 몰입감을 선사하는 연출, 특히 마지막 낙하산 씬은 정말 압권이었다.
그리고 명불허전 배우 하정우의 연기력.
물론, 정치적 요소에 기반한 남북문제, 트라우마를 지닌 주인공이 이를 극복하게 되는 이야기 등 한편으론 특이할 것 없는 소재에 충분히 예상 가능한 전개이기도 했다.
하지만 주인공인 에이헵(하정우)의 시선으로 영화를 보았을 땐, 정말 잘 짜인 한 편의 드라마가 아니었나 싶다.
한국 특수부대 시절, 낙하산 사고로 부하와 자신의 한 쪽 다리를 잃은 에이헵.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이대로면 둘 다 무사하긴 어려울 것이란 걸. 부하를 붙잡은 손을 놓으면 적어도 자신만은 무사할 수 있으리란 것을. 그러나 그는 끝내 부하를 붙잡은 손을 놓지 못하고, 커다란 상처가 남는다.
그 후, 그는 결정을 내려야 할 때면 늘 냉정해지려 애쓴다. 어설픈 감상으론 팀원들의 목숨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그보단 냉철한 판단으로 현실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킹'(작중 북한의 수령)을 생포하는 작전에서도 그는 작전의 성공을 위해 팀원을 사상 위험이 매우 높은 선봉에 거침없이 내세웠다.
팀원이 총에 맞아 작전과 팀원의 생명이란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역시, 그는 작전을 택했다.
심지어 그는 현실적인 이익을 위해 팀도 옮겼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현실적인 판단을 내리는 인물이 된 것 같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떨어지는 낙하산에서 부하를 꼭 붙잡고 있었던 한국의 특수부대원이었고, 그런 그를 다시 상기시켜준 인물이 북한의 의사 윤지의(이선균)이다.
팀원들을 버리고 자신과 함께 중국 측에 붙자는 마쿠스의 제안. 지극히 현실적인 제안이었지만 에이햅은 팀원들을 버리지 못한다. 그 결과는 부서진 의족과 남은 한 쪽 다리에 얻은 총상.
진실에 대한 입막음을 위해 나머지 대원들은 모두 사살하고 에이햅과 킹의 생존은 보장해 주겠다는 맥켄지의 제안 역시 그는 거절한다. 그 결과는 지원을 받지 못했을 시 예정된 결말인 전멸한 팀원들.
팀원을 우선시하는 그의 선택은 역시 번번히 실패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렵사리 지원군에 의해 탈출하게 된 그는 출혈과 수혈로 의식을 잃은 윤지의를 그대로 죽게 내버려 두는 맥켄지 측과 대립한다. 그러다 중국 측의 갑작스런 공습에 상공에서 비상 탈출을 시도하게 되는 에이헵. 그는 의식을 잃은 채 지상으로 낙하하는 윤지의를 향해 돌진한다. 그를 붙잡고 다시 한 번 낙하산을 펼쳐든다. 그에게 트라우마를 남긴, 그의 인생을 바꿔버린 과거의 그 순간을 다시 한 번 그대로 떠올리게 하는 장면.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그는 역시 그 때의 선택을 반복한다.
지상에 떨어져내려 의식이 없는 윤지의를 본 에이헵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떨군다. 그러다 의식을 차린 윤지의를 본 그는 한 마디를 내뱉는다.
"고맙다."
그 뒤에는 이 말이 생략되어 있을 것이다.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어서.'
다리가 불편한 그를 부축해주는 윤지의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 일순 활짝 웃는 에이헵의 표정이 왠지 뭉클했다.
남한과 북한이 등장하고, 북핵문제와 미국 대선, 정치, 총격전과 전차, 삶과 죽음이 오가는 숨막히는 전쟁터, 무수한 요소들이 있었지만 포장지를 벗겨 내면 남는 것은 결국, 결코 팀원들을 버리지 못하는 캡틴이 마침내 자신이 옳았음을 증명해 내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본 작품을 감상했을 때 이 영화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고, 또 감동하게 되지 않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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