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테넷(Tenet, 2020)

** 영화 내용과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요.
얼마나 기다려왔던 놀란 감독의 신작인가.
소재는 또 어떤가,
시간의 흐름을 뒤집고, 현재와 미래를 오간다니.
이건 재미가 없을래야 도저히 없을 수가 없는 영화다. 싶더라.
가장 빨리 볼 수 있었던, 유료 시사회를 통해 즉시 관람,
영화 도입부인 오페라 씬이 나올 땐 마치,
어마어마한 공연이 펼쳐지는 공연장에 앉아있는 것 같은 설렘과 흥분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저 영화 한 편일 뿐인데.
그만큼 기다려왔단 반증이겠지.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좋아하고, 또 깊은 여운이 남았던 놀란의 전작 인셉션, 인터스텔라와 비교하자면
그 정도의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는 아니었다.
물론 재미가 없다거나,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나의 이해력 부족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부분을 차치하고서라도, 어떤, 관객의 감정을 깊게 끌어내는 그러한 요소는
분명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예상하겠지만,
일단 쉬운 영화는 아니다. 또한 구구절절 친절한 영화 역시 아니다.
정신없이 화면이 전환되며 빠르게 전개된다.
놓치지 않기 위해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때문에 그것이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지 않나 싶다.
영화의 이야기와, 등장인물에 몰입할 틈이 부족했다.
전개되는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집중해서 머리를 굴려야만 한다.
간신히 이해하고 몰입하려하면 또 다음 이해를 위해 머리를 굴려야 하는 상황들의 반복이랄까.
차라리 300분짜리 영화로 만들었으면(......)
그래도 극 후반부는 개인적으로도 무척 좋았다.
던져지는 복선과 회수되는 복선들
그같은 복선들과 반전, 그리고 보면서도 입이 벌어지는 놀라운 연출.
또한, 마치 덩케르크를 연상케 하는,
3명의 주인공들의 시점이 동시간대에 전환되며
전달하는 긴박함.
그리고 마침내 밝혀지는 비밀.
평론가들과 같은 전문가들, 그리고 분석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보다 고평가 받을 영화일 순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성보단 감성으로 영화를 관람하는 내 입장에서는
조금의 아쉬움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몇 번이고 다시 볼 것 같다는 것.
이야기의 흐름과 소재, 전체적인 구성은 충분히 이해했지만,
디테일한 요소들에 대한 이해는...
디테일을 중시하는 사람이니만큼, 대부분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테넷 역시 사소한 요소 하나하나를 짚어가며 이해하고 보았을 때
영화의 가치가 더욱 확실하게 다가오리라는 생각은 분명히 든다.
그러한 디테일들을 모두 파악한 후,
다시 한 번 관람한다면 더욱 많은 감정들을 안겨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역시 놀란?
그래도 놀란. 정도라 평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지금은.
* * *
1. 인버전이 초능력과 같은 특수 능력인 줄 알았는데, 물질에 부여된 속성이었다니. 왠지 아쉬웠다.
2. 초반부 액션을 보고, '앗, 놀란이 이 정도의 액션을?' 하고 내심 감탄했는데, 후에 '나 자신과의 싸움'을 보곤 '아 역시...' 싶었다.
3. 나 자신이 인버전 된다면,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이 내겐 반대로 작용하는, 심지어 산소마저도... 그래서 미리 산소 호흡기를 달고 들어간다는 설정을 보곤 '와, 역시 디테일...' 싶더라.
4. 마지막 전투씬은 정말이지... 전쟁터에 떨어진 사람이야 당연히 혼란스럽고 정신 없겠지만, 아마 우리 관객들도 그들 못지 않은 혼란을 맛보지 않았을까 싶다.
5. 마지막 '닐'의 정체, 그리고 '주도자'인 주인공의 정체가 밝혀지는 부분에서는 와... 주도자가 괜히 주도자가 아니야. '나를 뽑은 건 당신이다.' 크, 개인적으로 이런 설정 굉장히 좋아한다.
6. 인버전은 작중 인물들에게도 일어날 일을 예측케 하는 역할을 하지만, 우리 관객들에게도 그 현상들 하나하나가 복선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퍽 흥미로운 요소다.
7. 로버트 패틴슨이 화한 '닐', 너무 마음 갔던 캐릭터였다.
8. "이해하지 말고 느껴라!" 라고 하기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느낄 수가 없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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