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02. 21 개봉 / 드라마 / 미국 / 119분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출연: 올리비아 콜맨, 엠마 스톤, 레이첼 와이즈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 있어요.





랍스터, 킬링 디어로 유명한 요르고스 감독의 신작 더 페이버릿.

난해했던 전작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게 읽힌다는 평들과 같이 요소들이 보다 겉으로 표현돼 자연스럽게 몰입감을 선사했다.

하지만 상징을 좋아하는 감독인만큼 상징이 빠질 수 없었겠지.
본 작품에선 토끼가 그것이었다.

여왕이 소중한 것을 잃을 때마다 한 마리씩 기르기 시작한 토끼. 어느덧 17마리나 됐다. 여왕의 깊은 상실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엔딩에서 화면을 가득 채우는 토끼들을 보여주면서 다시 한 번의 상실, 아니 이젠 모든 것을 잃어버린 여왕의 내면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압권이었던 장면.

본 영화는 소개와 같이 여성들의 궁중 암투를 그린다.
섬세하고 감정적인, 한 편으론 유치해 보이기도 하는 여성들의 전쟁. 남성들의 그것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배우들의 연기도 무척 훌륭했다.
제멋대로고 탐욕스러우면서도 때론 귀엽고, 상실감에 외로움을 느끼는 여왕 앤.
냉철하고 자존심 강한 공작부인 사라.
사랑스러우면서 표독스럽고 순진해 보이면서 강렬한 욕망을 지닌 아비게일.

특히 아비게일을 연기한 배우 엠마 스톤은 캐릭터를  굉장히 매력적으로 소화했다.
순진함과 표독스러움을 오가며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고, 사로잡았다.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남성이고, 그런 남성을 지배하는 것은 여성이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이 꼭 어울리는 캐릭터를 보여주었다.
물론 이 영화에서 남성들은 그다지 비중있게 그려지진 않았지만.

승리에 대한 확신을 갖는 순간 패배가 찾아온다고 했던가.
사라는 아비게일에게 말했다.
승리했다고 생각하느냐고, 아니, 애초에 너와 나의 목표는 달랐다고.
시야의 차이였다. 환경의 차이였다.
귀족 신분을 얻는 것, 그리고 사라를 밀어내기만 하면 모든 것이 끝나리라 생각했던 아비게일은 목표를 이루고나자 마음이 풀어진다.
그리고 그에 대한 결과를 맞이한다.


영화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메시지를 선사한다. 가벼우면 가벼운대로, 무거우면 무거운대로, 표면적으로 혹은 심도있게.
허나 요르고스 감독의 작품들은 가볍게 보기는 쉽지 않은 영화였다.
그런 부분에서 더 페이버릿은 관객들이 보다 가볍게도 그의 작품을 즐길수 있게 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물론 여전히 영화제와 시상식 분위기 역시 물씬 풍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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